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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 신문으로 활기찬 수업이 가능하다고?영어 수업 아이디어 2021. 10. 19. 23:17반응형
2021. 10. 19. 8교시 방과후 2학년 C반(하반)
코로나때문에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를 14일 꼬박 하면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학교 복귀후에도 한동안 방과후는 진행되지 않았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2학년 하반 방과후 수업이 있었다.
너무 오랜만이라는 것은 연속성이 떨어져서 이런 단발성 방과후 수업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잠깐 가졌다. 이전에 2번 정도 어원에 관한 강의를 했었는데, 겨우 두번 정도 했으나, 수업량은 적었다.
오늘도 어원 강의를 하기 싫었다.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생각과 40분 이상을 강의하기에는 내 목이 너무 아프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에게도 크게 도움 된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어휘 공부를 어원을 통해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도였다. 어원 강의를 왠지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교재 연구도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다른 수업 자료로 다르게 수업을 해보고 싶었다.
수업 시작 30분전까지도 무엇으로 수업을 할지 결정을 못했다. 다급해졌다. 결정을 해야 했다. 최근에 가입한 중고등학생을 위한 틴타임즈 기사와 번역본 파일을 저장했다. 수준이 다소 낮은 학생들이라서 약간 어려워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영자 신문을 한번은 접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 문법 번역식 일방적 강의식 수업으로는 지루할 뿐더러, 진도가 별로 많이 나가지도 못한다. 그리고 목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학생들 수준이 다른데, 교사의 일방적 강의식 수업은 학생들의 독해 속도와 어휘 수준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1) 기사를 20개 넘게 준비했다.
2) 학생들은 6명과 5명 두 조로 나누었다. 공교롭게도 여학생조와 남학생조로 나누게 되었다.
3) 각 조별로 영한 해석본 영자 신문 기사 20편 출력본을 나누어 주었다.
4) 그 중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영자신문 기사 한편을 고르라고 했다.
5) 그리고 25분의 시간을 주고, 25분 안에 기사를 영어로 읽을 수 있고(정확한 발음을 익히고), 친구에게 의미 단위별로 끊어서 직독 직해해 줄 수 있도록 기사 한편만 각자 공부하라고 했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휴대폰 네이버 사전을 이용해 찾으라고 했다.
6) 그리고 해석본을 봐도, 사전을 찾아 봐도, 해석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은 손을 들어 질문을 하면 찾아가서 가르쳐 주었다. 내용 이해든, 문법적인 문제든, 어휘적인 문제든 궁금한 것은 주저하지 말고 손들고 질문하라고 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1) 나는 강의를 하지 않는데, 내가 강의할 때보다 더 열심히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가?
2) 신기했다. 25분후에 친구에게 자신이 공부한 기사를 설명해 주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미션 때문이었을까?
3) 자신이 마음에 드는 기사를 골라서 내용이 재밌어서 그랬을까?
4) 학생들은 내가 수업할 때보다 주체적으로, 진지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에 몰두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끊어 읽기 사선을 긋고 있었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 정리하고 있었고,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를 질문했다. 의역이 이해되지 않는 학생은 직역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분명히 강의식 수업을 할 때는 조금 수동적이고, 무기력해 보였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일까? 수업을 안 하고, 과업을 부여했을 뿐인데,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숨어있었던 마법사가 마법을 학생들에게 부렸나?
5) 교수법을 바꾸는 것이 마법인가? 마법같은 교수법! 나는 질문을 받아서 행복했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니, 마치 자동으로 돌아가는 공장 같았다. 내가 억지로 강의를 꾸역 꾸역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오히려 강의가 학생들의 자발적인 공부를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6) 수업을 15여분 남기고 2인 1조로 파트너를 정해 각자가 공부한 기사를 읽어주고 설명해 줘라고 지시했다. 자신이 잘 아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들 남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알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학생들은 친구에게 설명해 주면서 자연스레 복습을 하고 있었다.
7) 학생들이 학습후에 가장 기억이 높게 나타나는 공부 방식을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영어 교육학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떻게 학생들이 다른 친구들을 가르치게 교사가 유도할 것인가? 간단하다. 위의 방식은 너무도 간단하다. 그런데 학생들이 다음에도 이렇게 수업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자는 사람은 당연히 단 한명도 없다. 모두들 표정이 진지하다. 그리고 얼굴에 만족감이 묻어 있다.
8) 마치기 3분전에 한 사람씩 이름을 호명하며, 오늘 영자신문을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어휘를 한 개씩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칠판에 적었고, 다 같이 주요 어휘들을 발음하고 뜻을 확인하면서 수업을 마쳤다.
기분이 좋았다. 목이 안 아파서 좋았고, 학생들이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봐서 좋았고, 아무도 지루해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내가 그런 학습 현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거나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늘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낸 것 같아, 가성비가 높은 수업을 한 것 같다. 환상적인 강의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넣어주어야 좋은 교사라는 프레임에서, 학생들 스스로가 배움에 참여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유도해 주는 것이 좋은 교사라는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오늘 느꼈다. 교수법이 마법이구나. 영어 교수법을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적용해보고, 피드백을 기록해서 학생들이 행복한 영어 수업을 하는 내가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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