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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번 째 편지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2022. 11. 21. 11:13반응형
- 여덟 번째 편지 -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를 이상적으로 구현하는 학교를 학생들과 교사들은 정말로 원할까요?
김정은 선생님께
수행평가 비중을 늘리지 않고, 지필평가 비중을 줄이지도 않고, 일부러 난도를 줄이지 않고, 미이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떠한 비율 및 난도의 조작이 없이, 정상적으로 문항의 타당도와 변별도를 잘 계산해서 출제한다면 I 성취도 학생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I 성취도가 많이 나오는 학교, I 성취도가 많이 나오지 않도록 정말 진지하고 열심히 미도달 예방 지도를 잘 하는 학교, 일체의 평가계획의 비율 조정이 없는 학교, 난도 조정을 하지 않는 학교를 학생들이 선호할까요? 그리고 선생님들도 정말 이렇게 책임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맞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말 이렇게 제대로(?)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하기를 원하실까요?
중3 학생들:
“ 저 학교 가면 다른 학교에 비해 수행평가도 안 쉽고, 지필평가도 안 쉽대. 그리고 미리 미도달 예상 학생을 철저하게 파악해서 정말 빡세게 보충지도를 한다고 하더라. 방과후 지도, 보충 과제 부여, 학생 멘토링(온·오프라인)을 철저하게 해서 절대 미도달하지 않도록 공부 제대로 철저하게 시킨다고 하더라. 그리고 만약 미도달하게 되면 방과후와 방학 중 보충 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평가를 통해 철저하게 최소 성취수준 이상을 달성하도록 책임교육을 한 대.”
선생님 제가 이번에 궁금한 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정말 이상적으로 잘 구현하는 학교를 학생들과 교사들은 정말 원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학업 결손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상당히 심각하게 누적된 학생들의 경우에 정말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그 결손된 부분을 정말 잘 메꾸어주기 노력하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이상적으로 하는 학교에 가고 싶어할까요? 교사들은 그런 학교에서 근무하기를 원할까요?
- 여덟 번째 답장 -
학생들은 원하는데, 교사들은 원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
박세빈 선생님께
정말 제대로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한다면 학생들은 원하는 학생들이 더 많을 것이고, 교사들은 원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책임교육에 있다는 인식의 제고가 우선 교사들에게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가 오직 단위 학교의 국영수사과 교사들에게만 부담이 지워진다면, 의식이 제고되더라도 실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의식의 괴리만 발생할 것입니다.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계획, 미도달 예상 학생 진단 평가, 미도달 예방 지도, 미도달 학생 보충 지도의 일련의 모든 과정들이 단위 학교의 현장의 교사들에게만 추가되는 업무라면 제대로 책임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제대로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 교육청과 도 교육청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하지 않는다면, 현장의 교사들은 적극적으로 책임교육을 실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성직자에 준하는 희생정신을 이미 업무 과부하에 탈진과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는 교사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지원청 차원의 책임교육 지원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의 개념을 교과차원을 책임지도라는 협의의 시점으로 접근해서는 안되고, 모든 학생들이 선택한 교과에서 요구되는 이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학사 운영의 총체적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과 교사 뿐만 아니라, 진로 상담 및 진학 교사 등 학교 구성원 모두의 협업이 필요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때부터 학업 결손이 심각한 학생들은 지능이 낮을 수도 있겠지만, 동기가 부족하거나, 가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학습 부진아 학생들에게 지능은 가변적이라는 믿음을 심어 주도록 교사들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 스스로가 스스로의 지능에 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아야할 것입니다. 자신의 지능에 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능력이 아닌 학생의 노력을 칭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는다고 말해 주어야 하며, 실패를 학습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며, 교사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학습 부진아 학생을 성실히 지도하겠다는 믿음을 보여주어야 학생에게서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학습 부진학생을 지도하는 것은 지식적 영역뿐만 아니라 정의적 영역의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과도한 업무에 쫓겨 지내는 상황에서 제대로된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수업 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왜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하지 않는지에 관한 이유를 솔직하게 직면하고 정리해서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수업을 바꾸면 학교가 바뀌게 되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학교가 되면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하기가 한결 수월해 질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피상적이면서 형식적으로 접근한다면,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일 것이고, 허울만 좋고, 알맹이는 없는 가식적인 허식일 뿐일 것입니다.
정말 제대로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이 바뀌어야 하고, 수업이 바뀌어야 하고, 평가가 바귀어야 하고, 인성중심의 배움중심 수업도 도입되어야 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교육을 위해 에듀테크 기법들도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정말 제대로 잘 실시하려는 의지를 가진다는 것은 이런 총체적이면서 혁명적인 학교 혁신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교사들은 이런 혁신을 할 여백이 조금이라도 과연 남아있기는 한건지 자조적인 어조로 묻고 싶습니다. 업무에 치여서 수업 연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 성취수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은 벌써부터 실패를 복선처럼 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도달 학생이 아예 나오지 않도록 평가계획에서 비율과 난도를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평가 변별도를 떨어뜨려서 평가의 신뢰도를 추락시킬 것이고, 오히려 교육은 퇴보할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된 과정중심 수행평가가 아닌 점수주기 위한 과정중심 수행평가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대입의 시녀로 전락한 고등학교 교육은 이제는 줄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도 못 담그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급제 없는 미이수제 도입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대해 교사들은 그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정말 책임교육을 통한 교육 전반적인 학력 향상을 위해 노력을 제대로 하자는 뜻인지, 아니면 그냥 형식적으로 진행하라는 시그널을 교육부에서 보내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초학력 보장 지도 업무와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의 업무가 이원화되면 제대로 된 업무 추진이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초학력이 낮은 학생들이 최소 성취수준 미도달 예상 학생과 대부분 겹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단평가의 방법과 선발 방식이 학교마다 다르고, 과목마다 다르다면, 이에 대한 형평성 문제와 신뢰도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진단 평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이 공유되어야 하며, 그 기준 또한 어느 정도 통일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도달 예방 지도 방식도 단순 동영상을 틀어주는 방식부터 멘토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또한 단위학교의 순수 자율에 맡기게 될 경우 형식적으로 지도하는 학교의 최소 성취수준 지도의 보장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지, 이에 대한 정책적 관리 방안이 지원교육청에는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미이수를 판정하기 위한 문항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문항 제작과 변형에 관한 연수와 트레이닝이 없이는 제대로 된 변별력을 갖춘 문항 개발이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또한 학업 누적 결손이 심각한 영어와 수학의 경우에는 학업성취율 기준을 40%로 설정할 경우 미도달 학생이 무더기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때는 단위학교 분할점수를 설정해야 하는데, 이 때에도 지나치게 낮은 성취율을 설정한다면, 이 또한 일종의 꼼수여서 아예 미도달 학생이 극소수로 나오도록 설계하여 책임 교육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단위학교 분할점수 성취율 기준을 어디선까지 낮출 수 있는지를 순수하게 자율로 맡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소 학업성취수준 진술문의 애매모호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이수와 미이수의 판단 기준으롯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역량교육을 실현하는 현장형 효과적인 피드백 방법에 관한 연구를 향후 전학공 주제로 삼을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성취평가제가 아닌 내실화된 실질적인 모든 수업의 방향을 설계하고 연계하는데 기준이 되는 성취평가제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연수, 전학공이 이루어져야 하고, 활발한 온·오프라인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교학점제의 성공과 책임교육의 구현을 원론적으로는 원하지 않는 교육 주체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과연 교육부와 교육지원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절박하고 강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러우며, 교사들 또한 책임교육에 관한 인식뿐만 아니라 실천의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학생들에게 배움이 즐거운 학교가 되어야 하는데, 많은 장애물들이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우리의 손과 발을 붙잡고 있다는 느낌이어서 사실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작은 의지들이 모여서 차차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어떻게 학생들은 수포자와 영포자가 되어가는지에 대해서 초·중·고 선생님들의 정확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우리는 왜 수포자와 영포자를 포기하는지에 대한 건설적 반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고등학생으로서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졸업해야 하지 않을까, 저 학생은 3년 내내 병결과를 했는데도 졸업을 하네, 최소한의 지식도 달성하지 못한 채 졸업시키고, 졸업장을 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 저 학생은 3년 내내 수업시간에 잤는데, 모두가 포기하고 방치했던 학생인데, 졸업날도 무기력해 보이는 저 학생에게 과연 고등학교 졸업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학교는 저런 학생들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도움을 주기 위해 다가간적이 있었던가, 공부를 못하는 것은 순수하게 학생 잘못이며, 전적으로 학생의 책임뿐인가, 등 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밤이 늦어 오늘 답장은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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